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가 타로카드 점(占)을 봤다.
"이번 작품 잘 될까요?"
대답은 구태의연했다.
"큰 어려움을 이겨낸 뒤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지극히 낙천적인 그는 '큰 어려움을 이겨낸 뒤'를 뚝 잘라 버린 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예언만 마음에 담았다.
새롭게 맡은 역할 때문에 난생 처음 점을 봤다는 배우 오나라. 2007년부터 뮤지컬 '
싱글즈'와 '김종욱 찾기'에 3차례씩 반복 출연하던 그가 오는 25일 고심끝에 고른 신작 '점점(占占)'으로 돌아온다.
■발레리나가 될 뻔한 뮤지컬 배우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나이와 간단한 필모그라피를 확인하는 것은 인터뷰이를 만나기전 꼭 거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서너개의 포털이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그의 생년월일을 싹 지워버렸다.
"제가 지워달라고 요청했어요. 나이 때문에 편견을 갖는게 싫어서요. 배우 자체로 평가받고싶거든요"
소탈하게 말하는 그를 보며 잠깐 엉뚱한 생각을 했다. 오나라처럼 예쁘다면야 나이를 얼마든지 먹어도 행복할 것 같다는.
경희대 무용과 출신인 그는 원래 발레리나였다. 그의 말마따나 '발레를 탁월하게 잘했다면' 뮤지컬 배우 오나라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발레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신나게 춤 추고 연기하고 노래 부르고 싶었거든요. 지도 교수께선 처음에 '딴따라하려고 하느냐'며 말리셨어요. 클래식을 전공한 아버지도요. 물론 지금은 두 분다 열렬한 팬이 되셨지만"
1996년
서울예술단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뮤지컬 '심청'으로 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2001년 일본 극단 시키에 입단하기 전까지 '페임' '
올댓재즈' '
브로드웨이 42번가'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제 존재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던 때였어요. 동시에 조금씩 매너리즘에 빠졌죠. 바로 그 때쯤 일본행 비행기를 탔던 것 같아요."
■'오나라=공주' 공식 깨고파
그렇게 시작한 시키에서의 생활은 고달펐다. 언어 장벽도 높았고 생각만큼 주요 배역이 주어지지 않았다. '
맘마미아' '
라이온킹' '
미녀와 야수'에 출연하긴 했지만 모두 주연 배우가 피치못할 사정으로 무대에 설수 없을 때에만 기회가 주어지는 커버 역할이었다.
"비자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2004년 귀국할 때 마음이 무거웠죠. '주인공도 못하고 왔다'는 세간의 평가가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런 그에게 로맨틱뮤지컬 '아이러브유'는 최고의 기회였다. 2004년 초연한 이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쳤고 그는 단박에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후엔 '싱글즈' '김종욱찾기' 등 중소극장용 로맨틱 코미디물의 대표 배우가 됐다. 의도치않게 '공주같은 역할만 고집한다'는 평을 듣기 시작한 것도 그때문이다.
"새로운 작품을 하지 않는 걸 서운해하시는 분들이 꽤 되세요. 하지만 도전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에요.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웨딩싱어'나 '금발이 너무해'는 오디션을 봤거든요."
대신 그는 창작뮤지컬 '점점(占占)'을 택했다. 극중에서 30세 기상캐스터 맹신비 역을 맡은 오나라는 온갖 미신과 점을 찰떡같이 믿는 인물이다. 같은 방송국의 신입 PD에게 한눈에 반한 맹신비는 점쟁이가 점지해준 남자를 억지로 만나야 한다는 사실에 늘 괴롭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요. 더 엉뚱하다고 할까요. 이렇게 저의 고정된 이미지를 조금씩 바꿔가고 싶어요. 제 안의 비극적인 부분이나 모성애를 꺼내보일 수 있는 작품도 만나고 싶구요."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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